[시스붐바=글 김려현 기자, 사진 시스붐바 DB, World Rugby 제공]
럭비는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는 종목이다. 트라이와 태클처럼 눈에 띄는 플레이뿐만 아니라 스크럼과 몰, 선수들의 움직임, 심판의 수신호에도 치열한 두뇌 싸움과 승패의 요인이 숨어 있다. 특히 양 팀의 전력이 팽팽하게 맞붙는 정기 연고전에서는 작은 차이 하나가 승부를 바꿀 수 있다. 올해 달라진 연세대학교 럭비부와 고려대학교 럭비부의 라인업부터 서로 다른 플레이스타일, 그리고 경기장에서 주목하면 좋을 관전 포인트까지 살펴보자.
2026 정기 연고전 예상 라인업
연세대학교
| FORWARD | BACKS |
| 1. 장준영 | 9. 김병관 |
| 2. 김도훈 | 10. 최영탁 |
| 3. 이수현 | 11. 황은택 |
| 4. 김영훈 | 12. 이세빈 |
| 5. 임민규 | 13. 서보성 |
| 6. 하늘 | 14. 박지환 |
| 7. 김예겸 | 15. 이진용 |
| 8. 최규락(C) | |
고려대학교
| FORWARD | BACKS |
| 1. 오민택 | 9. 김찬경 |
| 2. 공동민 | 10. 송재영 |
| 3. 김민찬 | 11. 이찬희 |
| 4. 김세훈 | 12. 홍민혁 |
| 5. 유동완 | 13. 김원주(C) |
| 6. 곽민기 | 14. 전수형 |
| 7. 이찬 | 15. 김현진 |
| 8. 김재영 | |
※ 위 명단은 예상 라인업으로 실제 출전 명단과 상이할 수 있습니다.
주축 백스의 부재, 달라질 양교의 공격 조합
이번 정기 연고전(이하 정기전)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박지훈(스포츠응용산업학과 24, 이하 스응산)과 오동호(고려대 24)의 부재다. 두 선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7인제 럭비 국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지훈은 힘 있는 돌파와 빠른 스피드를 갖춘 연세대학교 럭비부(이하 연세대)의 센터로, 직접 공을 들고 수비 사이를 파고드는 판단력과 파워가 강점인 선수다. 그는 올 시즌 공수 양면으로 활약해 득점에 많은 기여를 하며 존재감을 보였다. 오동호는 빠른 주력과 힘을 함께 갖춘 고려대학교 럭비부(이하 고려대)의 윙으로, 2025년부터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릴 만큼 기량을 인정받은 선수다. 고려대는 오동호 외에도 김원주(고려대 23), 송재영(고려대 24), 김현진(고려대 25) 등 다양한 백스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외곽에서 직접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오동호의 부재는 공격 구성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작년 정기전에서 빈틈을 찾아내 순식간에 트라이 2개를 기록한 오동호의 빈자리는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올해 고려대가 빠른 백스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만큼 다른 선수들이 그 몫을 어떻게 나누느냐도 지켜볼 부분이다. 양교에서 에이스 선수들이 한 명씩 빠진 가운데, 기존의 강점을 어떤 선수 조합으로 이어갈지가 중요해졌다. 그렇다면 올해 연세대와 고려대는 각각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의 색깔을 보여줄까.
포워드의 연세대, 백스의 고려대? 올해는 조금 다르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플레이스타일을 비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차이는 포워드와 백스다. 연세대는 전통적으로 강한 포워드진을 앞세워 스크럼과 몰, 짧은 거리의 연속적인 전진에서 힘을 보여왔다. 포워드들이 중앙에서 상대 수비를 끌어당기고, 한 걸음씩 전진하며 공격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 연세대의 강점이다. 반면 고려대의 강점은 여전히 빠른 백스진이다. 힘과 속도를 갖춘 백스 선수들이 공을 빠르게 연결하며 빈틈을 공략하고, 수비 중앙에서 한 번 수비를 흔든 뒤 외곽으로 공을 보내거나 수비가 정렬되기 전에 빠르게 다음 공격을 이어가는 플레이가 위협적이다. 연세대가 고려대와의 최근 맞대결에서 경계해야 했던 부분 역시 이러한 백스진의 속도였다.
하지만 올해 정기전을 단지 ‘연세대 포워드 vs 고려대 백스’의 승부로만 보는 것은 부족하다. 연세대의 백스진도 한층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세빈(체육교육학과 23, 이하 체교)은 시스붐바가 주목하는 키플레이어로 특히 올 시즌,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황은택(스응산 24)은 빠른 스피드를 지닌 윙으로서 외곽에서 활약할 수 있고, 서보성(체교 23)은 힘 있는 돌파와 패스로 중앙과 외곽을 연결한다. 포워드가 만들어낸 공간을 백스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는지가 올해 연세대 공격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고려대 역시 백스만 강한 팀은 아니다. 고려대의 포워드진은 올 시즌 이전보다 단단한 모습을 보였다. 스크럼에서 쉽게 밀리지 않았고, 연세대의 몰 공격을 막아내며 직접 공격권을 확보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강한 포워드가 먼저 버텨주면서, 고려대가 자랑하는 빠른 백스 활용 공격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도 안정된 것이다.
올해는 연세대의 백스와 고려대의 포워드까지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어느 한쪽의 강점만 막아서는 승부를 가져오기 어려워졌다. 연세대가 포워드에서 만든 우위를 백스의 득점으로 얼마나 연결할 수 있을지, 반대로 고려대가 강화된 포워드진을 바탕으로 얼마나 빠르게 백스 공격을 펼칠지가 이번 정기전에서 두 팀의 색깔을 가를 전망이다. 결국 올해 승부에서는 ‘누가 더 강한 포워드를 가졌는가’, 혹은 ‘누가 더 빠른 백스를 가졌는가’만으로 답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한 명의 좋은 플레이보다 전체적인 팀의 밸런스와 선수들 간의 움직임이 얼마나 빠르게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연세대가 올해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팀 컬러가 드러난다.
연세대의 팀 컬러, ‘리액션’
연세대의 올해 팀 컬러는 ‘리액션(Reaction)’이다. 연세대가 올해 리액션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럭비 종목의 특성에 있다. 우선 럭비에서 리액션이 중요한 상황은 상당히 많다. 공을 들고 있던 선수가 태클을 당해 럭을 형성했을 때 동료 선수가 공을 빼내는 것, 갑작스레 공격권을 빼앗았을 때 전원이 공격으로 전환하는 상황 등에서 모두 리액션이 필요하다. 특히 럭비는 조직적인 팀플레이가 중요한 종목이므로, 공을 든 선수 한 명이 혼자서 80분을 해결할 수 없다. 누군가 전진하면 반드시 그 뒤를 따라가는 선수가 필요하고, 누군가 태클하면 다른 선수가 남은 수비 공간을 채워야 한다. 결국 좋은 리액션은 개인의 빠른 반응 그 이상으로, 15명이 경기의 흐름을 판단해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고 다음 상황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리액션’은 올해 연세대와 잘 어울리는 단어다. 연세대는 선수 개인의 기량뿐 아니라 15명의 선수들이 힘을 합쳐 득점을 만들어내는 팀플레이에 능한 팀이며, 그 과정에서 리액션은 중요하다. 럭이나 태클 상황에서 곧바로 같은 팀 선수를 지원해 주는 것은 럭비의 승패를 좌우하며, 경기가 빠르게 전개될수록 리액션이 더 중요해진다.
또한 정기전처럼 응원 소리가 크고 경기의 긴장감이 높은 무대에서는 리액션이 더욱 중요하다. 작은 실수 하나나 예상하지 못한 실점 이후 잠시 집중력을 놓치는 순간 흐름이 급격하게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다음 플레이에 즉각 반응한다면 다시 공격권을 가져올 기회가 생긴다.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는 정기전에서 연세대의 팀 컬러가 제 색을 띨 수 있을지 주목해 보자.
특히 이러한 ‘리액션’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순간 중 하나가 세트피스 이후다. 스크럼에서 공을 확보했다고 해서 공격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가 공을 가장 먼저 받아 움직이는지, 주변 선수들이 얼마나 빨리 자리를 잡는지에 따라 실제 득점 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 그렇다면 럭비에서 이토록 자주 등장하는 스크럼은 정확히 왜 하는 것일까.
밀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지? 스크럼이 중요한 이유
럭비를 처음 접할 때 가장 눈에 들어오는 플레이는 단연 스크럼이다. 양 팀의 거대한 포워드들이 몸을 맞댄 채 힘껏 밀어붙이는 모습 때문이다. 그러나 스크럼을 단순히 ‘누가 더 세게 미느냐’를 겨루는 상황으로만 보면 절반만 보는 셈이다.
스크럼은 녹온(Knock-on)*이나 포워드 패스(Forward pass)**와 같은 비교적 가벼운 반칙이 발생했을 때 경기를 다시 시작하는 방법이다. 양 팀 포워드 8명이 서로 대형을 맞춰 힘 싸움을 벌이고, 한 팀의 스크럼하프가 그 사이로 공을 넣는다. 그리고 두 팀은 공의 소유권을 두고 경쟁한다. 스크럼에는 양 팀 포워드 8명이 한곳에 모인다. 다르게 말하면 필드 내 다른 지역에는 공간이 생긴다는 뜻이다. 스크럼에서 안정적으로 공을 확보한다면 스크럼하프가 곧바로 공을 빼내 포워드가 정렬하기 전 백스에게 연결할 수도 있고, 스크럼 대형의 맨 뒤에 위치하는 No.8이 직접 공을 들고 전진할 수도 있다. 반대로 스크럼에서 밀리면 공을 빼내기 어려워지고 공격의 시작 단계에서부터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여기에 스크럼의 우위가 반복되면 상대의 반칙까지 끌어낼 수 있는데, 페널티를 얻은 팀은 상황에 따라 킥을 선택하거나 공격을 이어갈 수 있다. 결국 스크럼은 공격권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다음 공격의 위치와 방법까지 결정할 수 있기에 럭비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연세대는 포워드에 강점이 있는 팀이며, 단단한 스크럼을 활용한 전술로 득점 기회를 노린다. 하지만 올해 고려대의 포워드도 만만치 않게 강화된 만큼 스크럼 싸움에서 어느 팀이 우위를 점할지 주목해 보자.
특히 양교의 강점이 맞부딪히는 이번 정기전에서 스크럼은 두 팀의 플레이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가 될 수 있다. 연세대가 강점인 포워드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갈지, 강화된 고려대 포워드진이 이를 막아내며 빠른 백스 공격의 기반을 마련할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녹온(Knock-on):
공을 잡거나 다루는 과정에서 손이나 팔에 맞은 공이 상대 진영 방향으로 나아가고, 다시 잡기 전에 땅이나 다른 선수에게 닿는 경우. 녹온이 발생하면 상대 팀이 공을 투입하는 스크럼으로 경기가 재개됨.
**포워드 패스(Forward Pass):
손으로 공을 상대 진영 방향으로 던지거나 패스하는 것. 일반적인 전진 패스가 발생하면 상대 팀의 스크럼으로 경기가 재개됨.
럭비를 더 재밌게 보는 방법, 심판을 주목하라
“왜 멈춘 거지?” 럭비를 처음 보는 관중이라면 경기 중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선수들이 뒤엉킨 상태에서 갑자기 심판의 휘슬이 울리고, 별다른 설명 없이 경기가 다른 방식으로 재개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 가장 먼저 봐야 하는 것은 전광판이 아니라 심판이다. 럭비 심판은 선수들의 경기 상황을 지켜보고 반칙 발생 시 이에 대한 판정을 하는 역할을 한다. 판정 이후에는 수신호로 ‘다음에 무엇이 일어나는지’와 ‘왜 그런 판정이 나왔는지’를 차례로 알려준다. 먼저 페널티인지, 스크럼인지, 프리킥인지 등을 신호로 보여준 뒤 이어 어떤 반칙 때문이었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정기전 럭비 경기를 재밌게 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 수신호만 알아도 충분하다. 먼저 휘슬이 울리면 심판의 팔이 어느 방향을 향하는지 살펴보자.

심판이 휘슬을 불고 한쪽 팔을 약 45도 위로 비스듬히 뻗으면 페널티가 선언된 것이다. 이때 팔이 향하는 쪽이 페널티 기회를 얻은 팀이다. 페널티 기회를 얻은 팀은 상황에 따라 골대를 향해 킥을 시도하거나, 공을 터치라인 밖으로 차낸 뒤 라인아웃으로 공격을 이어가는 등 여러 선택을 할 수 있어 경기의 흐름이 크게 바뀔 수 있다.

반면 심판이 휘슬을 불고 팔을 지면과 평행하게 옆으로 뻗는다면 스크럼이 선언된 것이다. 이때 역시 팔이 향하는 팀이 스크럼에 공을 투입할 권리를 가지며, 이후 심판은 추가적인 수신호를 통해 어떤 반칙이 발생했는지도 알려준다.

한쪽 팔을 허리 높이에서 길게 뻗은 상태로 경기를 계속 진행한다면 ‘어드밴티지’다. 스크럼 수신호와 다른 점은 휘슬을 불지 않고, 경기를 중단하지 않는 점이다. 어드밴티지는 상대가 반칙을 했더라도 공격 팀에 더 유리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즉시 경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공격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면 일단 경기를 이어가게 하고, 충분한 이득을 얻지 못했을 때 처음 반칙이 발생한 위치로 돌아가기도 한다.
위 세 가지 수신호만 알아도 럭비 경기를 훨씬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럭비는 반칙으로 풀어나가는 경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심판의 수신호에 주목하고 정기전 럭비 경기를 두 배로 재밌게 관람해 보는 것은 어떨까.
최근 고려대전의 결과만 놓고 본다면 연세대의 시간은 분명 길고 추운 겨울에 가까웠다. 그러나 겨울이 오면, 봄이 어찌 멀리 있겠는가? 아쉬운 결과가 이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다시 승리를 향해 나아갈 이유가 쌓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수없이 부딪히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는 럭비처럼, 길었던 겨울의 끝에서 연세대가 마침내 푸른 봄을 맞이하기를, 봄의 시작을 알리는 함성이 바로 이번 정기전에서 울려 퍼지기를 시스붐바가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