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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SF ARCHIVE] 전반기 리시브 1위... ‘흔들림을 무기로’ 인하대 배구부 김정환
작성자 KUSF 심채리작성일 2026.09.23 조회 32

 


 


[KUSF=단양/심채리 기자] 스포츠의 묘미는 때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피어나는 강렬한 빛을 발견하는 데 있다.  

 

누구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갈망하지만, 코트 위에서는 기꺼이 가장 궂은일을 도맡는다. 자신을 미숙하고 여리다 낮추면서도 팀을 위해 기꺼이 포효를 토해낸다. 인하대학교 배구부 김정환의 이야기다. 

 

2026 대한항공배 전국대학배구 단양대회 준결승전 직전 만난 그는 얄궂은 대진표 앞에서도 의연했다. 대진운이 꼬여 우승 후보 한양대를 일찍 마주한 상황. 불안할 법도 한데 돌아온 대답은 명쾌했다. “결승에서 만났으면 더 좋았겠지만 어차피 만나야 할 팀이라고 생각해요. 토너먼트는 다 잘하는 팀들만 올라오니까요.”

 

완벽하지 않기에 때로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마저 스스로를 증명할 연료로 삼아 기어코 단단해지고 마는 선수. 인하대학교 배구부의 엔진, 김정환을 만났다. 

 

 

▲김정환 선수 정보 (사진=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홈페이지)

 

▲ 김정환 선수 통합 기록 (사진=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홈페이지)

 

 

 

#스포트라이트를 꿈꾸던 소년


 

▲ 김정환 선수 어린 시절 (사진=본인 제공)

 


어린 시절 이야기를 먼저 해보려 해요. 김정환 선수는 어떤 아이였나요? 


“정말 활발하고 시끄럽고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는… 한마디로 정리하면 ‘센터병’? (웃음) 스포트라이트 받는 걸 좋아하던 아이였어요. 어릴 때 운동선수 출신이셨던 아버지 학원에서 운동을 배웠는데, 언제든 가운데 나가서 춤추고 환호받는 걸 즐겼던 기억이 있네요.”

 

배구 선수의 길을 택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원래 형을 따라서 스포츠 클럽에서 배구를 처음 접하게 됐어요. 우연히 엘리트 팀 감독님 눈에 띄었고 감독님이 배구를 해보자고 제안하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어느 날 프로 경기를 보러 갔는데, 코트 위 선수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너무 멋있었어요. 공격을 때릴 때 정말 날아오르는 것 같더라고요. 그때 ‘아 나도 진짜 배구해야겠다’ 이 생각으로 엘리트 선수 진로를 결정했죠.”

 

당시 롤모델로 삼았던 선수가 있나요?


“신호진(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선수요. 제가 중학생 때 인하사대부고(인하대학교사범부설고등학교) 체육관을 갔는데, 호진이 형이 혼자 끝까지 남아서 벽에다 대고 연습하고 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저도 그런 성실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형이 인하대(인하대학교, 이하 인하대)를 거쳐 드래프트(2022-23 KOVO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OK저축은행읏맨배구단 지명)로 지명됐잖아요. 신장이 작은데도 다른 쟁쟁한 선수들을 다 제치고 성공한 걸 보고 감탄했어요.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어요. (웃음) 또 동경하는 마음에 생활 습관부터 배구적인 것까지 하나하나 다 형을 따라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제 롤모델이자 완전 멋있는 형이에요.”

 

“(호진이 형한테) 가끔 ‘형 때문에 인하대 왔다’라고 하면 용돈도 주시고 이것저것 알려주세요. 그럴 때마다 더 멋있게 느껴지고, 저도 후배들한테 저런 형이 돼야 할 텐데 생각하곤 합니다.”

 

어린 시절 스포트라이트를 좋아했지만, 공수 모두를 신경 써야 하는 고된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을 도맡았어요.


“어릴 때는 세터를 하고 싶었는데, 팀 사정상 아웃사이드 히터로 가게 됐어요. 뛰다 보니 선생님들이 보시기에는 제가 리시브 감각이 좋았나 봐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수비형 레프트로 계속 플레이해 왔던 것 같아요. 클럽 배구 때는 세터를 했는데, 지금도 세터 포지션이 궁금하긴 해요. (이한샘 선수(인하대 24, 인하대 주전 세터)보다 잘할 자신 있나요?) 아니요. 그래도 흉내는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웃음)”

 

중,고등학교 시절 최고의 순간을 꼽는다면요?


“중학교 때 단양에서 대회가 있었는데, 한 자리에서 서브 에이스 5개를 연속으로 했어요. 그때 “나 좀 괜찮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고등학교 때 대표팀에 발탁됐을 때도 기억에 남네요. ‘이제 내가 좀 인정받는구나’ 이렇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김정환 선수 (사진=본인 제공)

 

 

 

#성장통을 딛고 인하대의 12번으로


 

▲ 서브 준비 중인 김정환 선수 (사진=심채리 기자)

 


중학교 때부터 인하대 진학을 꿈꿔왔다고 들었어요.


“일단 인하대는 배구를 제일 잘 하는 팀이고, 당시 감독님이 정말 멋있으셨어요. 그리고 인하사대부고에 있다 보니까 우연히 인하대 형들의 볼을 수비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인하대 감독님께서 ‘얘 되게 열심히 한다’라고 딱 한 마디 해주셨거든요. 그게 너무 크게 다가왔어요.”

 

“합격 소식 들었을 땐 하늘을 나는 줄 알았죠.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데, 방에서 쉬다가 합격을 확인하고선 ‘됐다!’ 오열하며 방을 뛰어다녔고, 엄마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어요.”

 

등번호 12번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원래 고등학교 내내 10번을 고집했어요. 롤모델 호진이 형도 그렇고 한때 정지석(대한항공점보스배구단) 선수가 너무 멋있어 보였는데 에이스들은 다 10번을 달더라고요. 근데 대학에 오니 이미 선배가 달고 있어서 12번을 받게 됐어요. 처음에는 안 어울리나 싶었는데, 전년도에 (이)재현(인하대 23, 삼성화재블루팡스배구단)이 형이 또 12번을 달고 잘했잖아요. 이제 12번에 애착도 제법 생겨서 졸업할 때까지 다른 번호를 달지는 않을 것 같아요.”

 

고교 무대와 대학 무대는 또 다르잖아요. 가장 크게 체감한 차이는 무엇이었나요?


“높이와 힘이 확연히 다르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

 

하지만 적응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작년 신입생 시절, 2025 KUSF 대학배구 U-리그(이하 U-리그) 개막전부터 당당히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9득점을 기록했어요. 


“제 U-리그 첫 경기는 너무 긴장해서 어떻게 득점을 올렸는지 다 기억나지 않을 정도예요. 고등학교 때 매일 대학 형들 경기 볼보이 하면서 꿈꿨던 자리인데, 현실이 되니까 너무 행복했어요. (이)한샘(인하대 24)이 형이 정확하게 올려준 볼을 앞C 공격으로 때리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와 나도 이제 대학 선수구나’라는 짜릿함을 느꼈습니다.”

 

작년 2025 U-리그에서 우수한 개인 기록(141득점, 공격 성공률 46%, 리시브 효율 30%)을 남기고, 팀적으로는 우승까지 차지했어요. 


“제 인생 첫 우승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깊게 갈망하고 꿈꿔왔던 순간이라 저절로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 우승하는 게 이런 맛이구나. 나도 우승할 수 있네’ 이런 생각이 들면서 그토록 노력했던 과거와 거쳐왔던 스승님들이 생각이 스쳐 지나가서 엄청 울었죠.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하지만, 제 개인적인 활약은 (10점 만점에) 2점밖에 못 줄 것 같아요. 기록상으로는 생각보다 잘 나온 게 놀랍네요. (웃음) 저는 경기를 뛰면서 단 한 번도 성에 차는 활약을 보였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거든요. 첫 U-리그, 대학배구의 디테일에 벽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당시 실감했던 대학배구의 벽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해요. 


“고등학교 시절 네트 높이가 바뀌면서 공도 못 넘기고 슬럼프가 왔을 때처럼 계속 운동만 했던 것 같아요. 당시 감독님께서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라’고 조언하셨어요. 이 말씀이 뇌리에 남아서, 대학 와서 힘들 때도 ‘힘들어하면 뭐 하냐, 운동을 더 해야지’ 마인드로 계속 운동 한우물만 팠어요.”

 

 

▲ 코치와 포옹 중인 김정환 선수 (사진=최승연 기자)

 

 

2025 U-리그 우승은 6강 플레이오프 한양대(한양대학교 배구부, 이하 한양대)전 패배 직후 경기였기에 더욱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한양대전 때는 큰일 났다 싶었죠. U-리그 6강 플레이오프 들어가기 전, 고성대회(2025 대한항공배 전국대학배구 고성대회, 이하 2025 고성대회를 준우승으로 아쉽게 마무리하고 단양대회(2025 대한항공배 전국대학배구 단양대회, 이하 2025 단양대회)는 예선 탈락해서 리그를 준비하면서 ‘이건 진짜 우승해야 한다’라고 다짐하고 있었거든요. 시작은 좋았는데 중간에 중부대(중부대학교 배구부)에 한 번 지고 곧바로 한양대에 지니까 ‘이거 진짜 쉽지 않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내 한 몸 아끼지 말고 죽을힘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한양대전 세리머니도 빼놓을 수 없죠.


“이거 얘기하실 줄 알았어요. 선심분이랑 부딪힌 거 말씀하신 거죠? (네, 당시 화제가 됐었죠) 그때 제가 많이 흔들려서 교체됐었는데, 팀 전체적으로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던 상황이었어요. 어쩌다 보니 제가 코트로 다시 들어갈 기회가 생겼고, 득점했어요. 팀 분위기를 한번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코트를 크게 돌려고 했어요. 선심분이 계속 뒤로 오시길래 최대한 그분을 피해서 그 뒤로 가려고 했는데 결국 부딪혔어요. (웃음)”

 

 

▲ 세리머니 중인 김정환 선수 (사진=심채리 기자)

 



#오답을 자양분 삼아 


 

▲ 서브 중인 김정환 선수 (사진=심채리 기자)

 


반면 작년 연맹대회(2025 고성・단양대회)는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요.


“작년 고성대회 준결승부터 결승 때까지 리시브에서 너무 많이 흔들렸어요. 중계에 혼나는 모습도 잡히고 ‘나는 리시브하러 들어간 건데 이럴 거면 왜 뛰지’라는 생각에 스스로 많이 힘들어했어요. 결승에 진출하긴 했지만 우승컵을 들어올리지는 못했던 만큼 더욱 뼈아픈 기억으로 남았어요. (윤)경(인하대 25)이하고 형들이 정말 잘해줬는데 저 때문에 안 된 것 같아 마음고생이 심했죠. ‘저한테 하나씩 올라올 때 더 잘 때렸으면 어땠을까’ 아직 아쉬움이 남아요.”

 

이어진 단양대회도 U21 대한민국 남자 국가대표팀 차출(윤경・여광우・임인규) 속 어려움이 있었죠. 주전 선수들의 이탈 속 부담감을 느꼈을 것 같아요.


“이어진 단양대회는 대표팀 차출로 저한테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준비는 안 된 상태에서 욕심만 앞서다 보니 저한테 정말 크게 ‘망한 대회’였죠.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전년도에 저도 대표팀에 발탁됐으니 해당 년도에도 제가 명단에 있을 거라고 내심 기대 했어요. 결국 차출이 안 돼서 아쉬웠지만, 이걸 기회 삼아 인하대에서 충분히 보여주자는 다짐을 했어요. 제가 기회를 못 살린 거니까 지금 생각해도 아쉬움만 남아요. 그때의 실패를 마음에 품고 올해 리그와 대회에 임하고 있습니다.”

 

쓰라린 오답 노트를 거쳐 맞이한 올해, 2026 U-리그 전반기 리시브 정확도 1위를 했죠. 


“일단 전반기를 돌아본다면 제 활약에 10점 만점에 8점을 주고 싶어요. 리시브적인 부분에서 완벽히 만족하진 않지만 작년보다는 확실히 좋아졌거든요. 기록적으로도 잘 나와서 내심 뿌듯했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경기들이 기억 속에 남아 있어서 전반적으로 ‘많이 늘었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만족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더 잘할 수 있어요. (웃음)”

 

수비 강화를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었나요?


“‘쉬운 볼도 허투루 받지 말자’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연습했습니다. 단체 훈련뿐만 아니라 개인 시간에도 리시브 훈련을 반복하면서 리시브 감을 안 잃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멘탈적인 측면에서 연습과 실전에서 부담감은 다르잖아요. 


“예전엔 ‘연습 때는 잘 되는데 왜 시합 때는 안 풀릴까’ 고민이 많았고 스스로 불안했던 것 같아요. 저도 사람인지라 실수할 수 있는 건데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다 보니 흔들렸던 거죠. 요즘엔 리시브가 흔들려도 지나간 거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상황에 집중하려고 해요. 심호흡을 깊게 하면서 생각을 비우고, 파이팅을 더 넘치게 하다 보면 다시 제 리듬이 돌아오더라고요.”

 

“지난 경희대(경희대학교 배구부)전이 터닝 포인트였어요. 그때 정체기가 왔는데, 시합 들어가기 전에 코치님께서 “편안하게 해라. 너 연습 되게 많이 했는데 뭐든지 잘하려고 하니까 더 안 되는 거 아니냐. 너 자신을 믿어봐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대학 와서 처음으로 마음 놓고 편안하게 들어가서 그런지 엄청 재밌었어요. 그렇게 차근차근 저만의 멘탈 관리법을 찾아나가고 있습니다.”

 

 

▲ 리시브 준비 중인 김정환 선수 (사진=심채리 기자)

 

 

이번 시즌 공격의 디테일도 한층 정교해진 것 같은데요. 


“공격할 때는 상대 블로킹 상황을 보고 낮으면 타점만 높게 잡아 손목으로 빠르게 때려요. 직선 코스를 제일 좋아하지만, 상대방도 다 아니까, 요즘엔 크로스를 많이 때리고, 블로킹을 역이용하는 변칙 공격을 많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한샘(인하대 24) 세터와의 호흡도 더 돋보여요.


“한샘이 형이랑은 찰떡궁합이에요. (웃음) 제 공격 타점이 낮고 빠른 편인데, 리시브만 정확히 되면 형이 알아서 요리해서 원블록을 빼줄 거라는 믿음이 있거든요. 마음 편하게 계속 때릴 수 있는 것 같고, 늘 고마워요.”

 

그렇다면 인하대의 전반기 무패 신화 본인의 기여도는 몇 퍼센트일까요?


“30%요. 제가 어쨌든 수비적인 부분에서 기여하니까요. 공을 받아야 때리는 사람이 있고 올리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러면 기여도가 더 높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같이 리시브하는 (여)광우(인하대 25)도 있고 (윤)경(인하대 25)이랑 한샘이 형을 비롯해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너무 잘해주고 있어서 30%가 딱 적당한 것 같습니다.”

 

지난 7월, 2025 고성대회 결승전 패배를 딛고 2026 고성대회 우승을 거머쥐었어요. 


“‘드디어 한을 풀었다’ 싶었죠. 물론 2025 고성대회와 비교해 제 플레이타임이 많지는 않았어요. 결승 때 2세트 끝나고 교체됐는데, 이게 아쉬움으로 남아서 다음에는 ‘풀타임으로 뛰어서 우승해 보자’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어요.”

 

이틀 전, 작년 고성대회 결승에서 패배를 안겼던 조선대(조선대학교 배구배)를 상대로 3-0 승리를 거두며 연맹전 설욕에 성공했어요. 


“요즘 우리가 지는 법을 까먹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안 되는 선수가 있으면 이끌어주면서 서로 합을 맞춰가는 과정이 너무 좋았어요. 조선대전은 그 과정에서 개인적으로도 자신감도 많이 생겼던 경기라 제게 뜻깊고 의미 있게 기억될 것 같아요.”

 

“특히 조선대전 3세트 23-21 상황에서 제 공격이 애매해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는데, 감독님께서 옆에서 ‘너 아웃이면 밥 없다, 밥 못 먹어’ 이러시는 거예요. 간절하게 기도했는데 득점이 인정돼서 ‘아 이제 밥 먹을 수 있다!’ 하면서 세리머니했어요. 뒤이어 마지막 매치포인트 때는 조선대에 안 좋은 기억을 극복해 보려고 한샘이 형한테 제가 책임지겠다고 올려달라 해서 직접 득점에 성공했어요. 스스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릇이 큰 사람을 꿈꾸며

 

 

▲ 세리머니 중인 김정환 선수 (사진=심채리 기자)

 


김정환 하면 '파이팅'을 빼놓을 수 없죠. 


“일부러 팀 사기를 생각해서 크게 할 때도 있지만, 간절하게 뛰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나올 때가 더 많아요. 원래 제가 앞에 나서는 걸 부끄러워하는 성격이 아니기도 하고 파이팅은 어릴 때부터 제 트레이드마크였습니다.

 

동기 윤경이나 여광우 선수도 파이팅 넘치기로 유명하잖아요. 


“그 친구들은 오히려 저보다 파이팅을 더 크게 해서 속으로 ‘얘네는 진짜 인정’하면서 동기지만 존경하고 있습니다. (웃음)”

 

징크스나 루틴이 있다면요?


“시합 당일은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차가운 물로 샤워해요. 씻고 나서 준비가 끝나면 이불을 싹 정리하고, 플라스틱 물병 같은 방 안의 쓰레기들을 남김없이 다 버리고 나서야 출발합니다.”

 

코트 밖 대학생 2년 차 김정환은 어떤가요?


“작년에는 룸메이트들이랑 ‘돼지 파티’하는 걸 좋아했는데 요즘은 몸 관리하느라 안 합니다. 쉬는 날에는 본가에서 강아지 산책을 시키거나 누워서 드라마 보는 걸 좋아해요. 밖에 나가고 싶을 때는 옷에 관심이 많아서 아이쇼핑을 다니는데, 최근에는 기분 전환 겸 모자를 하나 샀어요.”

 

“학교생활에서는 성인이 됐으니까 제가 직접 시간표 짜고 시간 관리하면서 자립심을 기르려고 하는 것 같아요. 헷갈린다 싶으면 선배들한테 물어보면서 스스로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후배들한테는 어떤 선배인 것 같아요?


“친구 같은 선배. 빙구미 넘치고 편한 선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아닌가, 저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요. (웃음)” 

 

스스로가 생각하는 ‘인간 김정환’은 어떤 사람인가요? 


“아직 미숙한 아이죠. 겉보기에는 사납고 무섭게 보일 수도 있는데 사실 속이 되게 여리거든요. 또 거짓말 없이 속마음이 다 드러나는 투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흔들릴 때도 많아서 철이 더 빨리 들어야겠다 싶고, 항상 배우려는 자세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내면이 약해서 어떻게든 더 강해 보이려고 이러는 것 같아요. (웃음)”

 

그렇다면 인하대에서의 남은 기간 학생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우선 올해 남은 경기 다 우승해서 시즌 초 목표였던 ‘전관왕’을 꼭 하고 싶어요. 파이팅은 물론이고 팀에 실질적으로 더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계속 이기다 보니 팀 차원에서 자신감이 붙고 있는데, 그럴수록 목표는 더욱 높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목표를 이루려면 당연히 연습량도 뒤따라야 할 거고요. 저는 스스로한테 창피하지 않게 경기하고 싶고, 팀원들이 봤을 때 ‘도움이 많이 됐다’라고 여길 수 있게끔 보여주고 싶습니다. 남은 U-리그 6강 플레이오프 경기도 다 우승하고 싶네요. 전관왕 꼭 할 겁니다.”

 

“학생으로서 남은 대학 생활은 어릴 때부터 오고 싶었던 학교인 만큼, 힘든 일보다 재미있는 추억들로만 가득 채웠으면 좋겠어요.”

 

훗날 어떤 선수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완성형 김정환’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코트에 선 순간만큼은 ‘열정이 대단하다, 진짜 열심히 한다, 코트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어요.”

 

“제가 그리는 완성형 김정환은 선수로서 프로리그에 진출해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는 게 첫 번째일 거고요. 사람으로서는 ‘그릇이 큰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주변 사람들을 다정하게 챙기고 둥글게 두루두루 잘 어울려 지낼 수 있는 마음 넓은 사람. 제가 바라는 완성형 선수이자 사람이 아닐까 싶네요.”


▲ 경기 중인 김정환 선수 (사진=심채리 기자)


스스로를 ‘내면이 약한 미숙한 아이’라 칭하지만, 자신의 흔들림을 직시하고 묵묵히 제 몫을 다하는 선수를 어찌 단단하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완벽하지 않기에 더 치열하게 부딪히고, 부족함을 인정하기에 끝없이 성장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피어난 ‘김정환’이라는 빛이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날까지, 그의 뜨거운 포효는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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